개인 회생 제도는 부채를 최대 90%까지 탕감해주는 국가정책으로 채무자가 상환해야하는 금액은 총부채에서 자산과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성실히 생업에 종사했으나 불운한 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갖게 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인 것인데요.
기존에는 개인회생인가가 나면 법원이 정해주는 변제금을 5년간 (60개월) 갚아야 했었지만, 그 기간이 2017년 12월 개정되어 2018년 6월 본격 시행, 3년 (36개월)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외국에 비해 변제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성실히 빚을 갚는 채무자들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 개정된 것이죠. 오늘 포스팅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변제기간 단축은 현재 전국 법원에서 모두 적용되고 있습니다만, 소급은 법원별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으므로 직접 전화하셔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채무 변제 '형평성' 논란, 2년의 차이
서울회생법원은 법 개정에 맞춰 이듬해 1월 업무지침을 만들어 개정법 시행 이전에 접수된 변제인가 전·후의 모든 사건에 대해서 변제기간 단축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만, 그 사이 개인회생 채권을 갖고 있는 몇몇 대부업체들이 서울회생법원의 업무지침에 이의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3월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회생법원의 변제기간 단축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대법원 결정 일주일 만인 같은달 26일 업무지침을 폐지하게됩니다.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현장에서는 당연히 혼란이 발생하게되는데, 변제계획인가를 개정법 시행 전에 받느냐, 시행 후에 받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60개월간 빚을 갚아야 하고 어떤 사람은 36개월만 빚을 갚으면 되는 등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기게됩니다. 또 개정법 시행 직전에 60개월 변제기간을 인가받은 사람도 기존 절차를 폐지하고 새로 신청했더라면 변제기간을 3년으로 충분히 단축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혼선이 오는 바람에 비슷한 시기에 신청한 사람들과 비교하여 2년을 더 빚을 갚아야하는 것이었죠.
이 2년이 '형평성' 논란까지 나오는 이유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개인회생 기간 동안에는 각종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데,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하고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도 흔히 활용하는 24개월 할부 개통 또한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급하게 자금 마련이 필요해 대출을 이용하고 싶어도 승인 받기가 어려우며 기존에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았더라도 회생기간에는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고 봐야겠죠.
부칙개정 이루어졌지만...
그간 법원은 변제기간을 상한(5년) 이내에서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이를 준용하지 않고 대부분 변제기간을 최대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변제기간이 5년인 신청건수 비중은 2015년 83.3%(6만2371건), 2016년 82.0%(5만4384건), 2017년 56.3%(3만1780건)으로 과반수가 최대 기간으로 신청된 것으로 확인됐고, 또 지난해 전국 회생법원이 채무자의 변제기간을 ‘3년 초과∼5년 이하’로 결정한 건수는 7155건으로 전체의 약 24.0%에 달했습니다. 2017년 12월 국회에서 이듬해 6월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법원에서는 기존과 같은, 그러니까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5년간 빚을 갚아야하는 결정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는 서울회생법원과 대법원의 엇갈린 시선이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2005년 개인회생 법정상한 기간이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될 당시, 대법원에서 2004년 선제적으로 처리지침을 개정해 기존 법에 의해 변제기간이 8년이었던 채무자들의 변제기간을 5년으로 조정했던 것과 극히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의해 개인회생의 빚 갚는 기간을 법을 고치기 전의 채무자들도 3년으로 단축하는 이른바 '채무자회생법'이 지난 올해 3월5일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하지만 이마저도 비판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6월 개정 전 변제를 시작했으나 기간이 3년 되지 않았던 채무자는 정작 이번 부칙 개정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사안을 두고 이들 또한 개정안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야한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개인회생사건 중도탈락자의 60.3%가 변제 개시일로부터 2년~3년 사이에 탈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칙 개정안이 발의된 지난해 기준으로 원안이 통과될 시 약 18만명의 채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수정 가결된 이번 부칙 개정안의 적용 대상자는 3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맺으며
이미 한차례 부칙개정이 이루어졌고 이 또한 상당한 시간 국회에 계류한 것으로 확인된 바, 또한 이것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원안이 통과되지 않고 수정 가결된 부칙개정안이 통과되어 10만명이 넘는 분들이 기존대로 2년 더 빚을 갚아야하게 됐습니다. 조속한 사회복귀도, 활발한 경제활동도, 2년 더 미루어진 것입니다. '간발의 타이밍' 차이로 말이죠.
다시한번 부칙개정에 대한 국회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