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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가 부동산 처분, 횡령죄 성립할까?

사실관계 - 사건번호 대법원 2014도6992

K씨는 2004년 다른 사람과 함께 충남 서산에 있는 토지를 4억 9천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비용은 K씨가 1억 9천만 원을, 피해자 L씨를 포함하여 4명이 3억 원을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토지의 소유권에 관한 등기를 매도인에서 바로 K씨 앞으로 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그 후 생겼는데요. K씨는 2007년 6천만 원을 빌리면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L씨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에도 농협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함께 토지를 산 피해자 L씨가 K씨를 상대로 횡령죄로 고소를 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A가 공동매수인인 B의 지분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A를 기소했고, 1심은 A의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월을, 2심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변경

주변에 위와 같은 경우를 한두번정도는 경험해본 분들이 계실겁니다. 토지를 사면서 자기 앞으로 등기를 전혀 하지 않고 제3자 앞으로 바로 등기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이런 경우 명의수탁자, 이름 빌려준 사람, 즉 등기명의인이 대출을 받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것입니다.

명의신탁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명의신탁은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 앞으로 등기하는 경우지만, 위 사건처럼 자신을 거치지 않고 매도인에서 바로 제3자에게 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명의신탁이 됩니다. 부동산을 실제로 산 사람이 등기부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죠.

위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 일치로 횡령죄가 아니라고 보고 종전의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위 사실관계에서, 대법원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부동산을 실제로 구입하려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소유자로 등기한 사람)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위와 같은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종전 판결들을 폐기하였습니다.

실제 부동산 매수인이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그 등기를 매도인에게서부터 명의수탁자로 곧바로 이전하는 것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처분, 담보설정 등을 하게 되면 횡령죄로 처벌하던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죠.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는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의해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됩니다.


실제 부동산 매수인이자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의수탁자(A)를 명의신탁자 B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판시한 것인데요. 또한,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는 결과가 되고,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해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명의수탁자인 K씨를 형사 처벌할 필요도 없다고 본 것입니다.

향후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새로운 판례가 나옴으로써,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처벌될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이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더 이상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해야만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죠.

참고로 양자간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판례가 변경된 것은 아니니 아직까지는 주의를 요합니다. 양자간 명의신탁이란,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둘간의 관계에서 명의신탁이 체결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만일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던 부동산을 누군가에게 명의신탁했는데, 명의수탁자가 함부로 부동산을 처분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다시 말해, 명의신탁자, 이름 빌린 사람이 자신의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둔 적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부동산을 사면서 자기 앞으로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름 빌려준 사람, 등기명의인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위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존중해 명의신탁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를 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산 경우에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입니다. 명의신탁은 위법한 것이기도 하지만, 명의신탁을 하면 재산을 뺏길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 항상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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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 '새롭게 다시, 회생'을 운영하는 수원의 법률사무소 로앤탑의 전선애 대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도산전문변호사로서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개인, 기업 등 신청인들의 편에서 많은 분들이 회생, 파산의 혜택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